Better with Grace

작은 루틴이 나를 바꿉니다. 하루 30분, 감정과 언어, 그리고 나를 돌보는 시간 _Better with Grace_는 조급하지 않게, 우아하게 성장하는 기록을 남깁니다.

  • 2025. 3. 29.

    by. berich-grace

    목차

      아무 일도 하기 싫은 날, 나만 그런 걸까?

      출근길 발걸음이 무겁다. 책상 앞에 앉아도 손이 움직이지 않고, 무언가를 해도 성취감은커녕 허무감만 남는다.
      분명 어제까진 괜찮았는데, 왜 이렇게 기운이 쭉 빠졌을까?
      나만 이렇게 지치는 건 아닐까?

      그럴 때일수록 되묻게 된다.
      혹시 이건 ‘게으름’이 아니라 ‘번아웃’일지도 모른다.

       

      심리학


      번아웃은 게으름이 아니라, 과한 책임감이 만든 ‘정신적 탈진’

      심리학에서 말하는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은 단순한 피로가 아니다.
      과도한 스트레스와 감정노동이 지속되며, 신체적·정신적으로 탈진한 상태를 말한다.
      미국심리학회(APA)에 따르면 번아웃은 다음 세 가지 핵심 특징으로 구분된다.

      1. 감정적 탈진
        에너지가 바닥나고, 매사에 무기력함을 느낀다. 평소 잘 해오던 일조차 버겁게 느껴진다.
      2. 비인격화(냉소감)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무관심하거나 냉소적인 태도를 보인다. 특히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떨어지며, 일에 애정이 사라진다.
      3. 성과감 저하
        열심히 해도 보람이 없다. 자신이 쓸모없게 느껴지고,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 자주 든다.

      이 세 가지가 일정 기간 이상 지속된다면, 이는 단순한 컨디션 저하가 아니라 ‘회복이 필요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번아웃은 왜 생길까? — 심리학적 원인

      1) 성취 중심의 정체성

      많은 사람들은 ‘성과’와 ‘능력’으로 스스로를 정의한다.
      일이 곧 나의 존재 의미가 되고, 결과가 좋으면 존재 가치가 있다고 여긴다.
      문제는 이런 정체성이 오래 유지되면, 어느 순간 **‘나는 일 외엔 아무것도 아니야’**라는 왜곡된 믿음으로 번아웃에 빠지게 된다.

      2) 경계 없는 책임감

      ‘내가 아니면 안 된다’,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강박은 많은 번아웃 경험자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특징이다.
      이런 사람들은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고, ‘괜찮다’는 말로 스스로를 속인다.
      그 결과, 점점 감정이 고립되고, 지쳐가면서도 주변엔 티를 내지 못한다.

      3) 감정 억압과 외면

      ‘힘들다’, ‘그만하고 싶다’는 말조차 죄책감을 느끼며 꾹 눌러 담는다.
      감정은 억누를수록 내면에서 더 큰 에너지 소모를 만든다.
      결국 감정의 누수는 무기력, 분노, 냉소, 자기비하 같은 형태로 터져 나오게 된다.


      번아웃을 회복하는 심리학적 전략

      1) 감정의 언어를 되찾기

      무기력할수록 ‘감정 표현’은 더 중요하다.
      “요즘 너무 지쳤어”, “내가 뭘 위해 이걸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정서적 해소가 일어난다.
      감정 일기를 써보거나,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털어놓는 것이 좋다.

      2) 자기 연민(Self-compassion) 훈련

      자기비판이 익숙한 사람일수록, 자기연민이 낯설게 느껴진다.
      그러나 심리학자 크리스틴 네프는 자기연민이 번아웃 회복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지금 힘든 나에게, 내가 친구라면 어떤 말을 해줄까?"
      그 따뜻한 말을 매일 스스로에게 해보자.

      3) '해야 할 일'보다 '회복할 일' 리스트 만들기

      To-do 리스트가 아닌, Rest-do 리스트를 만들어보자.

      • 산책 15분
      • 좋아하는 음악 듣기
      • 커피 마시며 창밖 보기
      • 아무것도 하지 않기

      작고 단순한 행동이 번아웃의 굳은 마음을 풀어준다.
      ‘열심히 살기’ 대신, ‘가끔은 멈춰도 된다’는 메시지를 스스로에게 전하자.


      번아웃을 ‘극복’하는 게 아니라 ‘회복’하는 것

      번아웃에서 벗어난다는 건, 다시 불처럼 활활 타오르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더 이상 불태우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받아들이는 것이다.
      더 많이 해내지 않아도, 더 많이 노력하지 않아도, 나의 가치는 여전하다는 것을 알아주는 시간.
      그게 바로 번아웃 회복의 첫걸음이다.